밥상의 사회 계급 - 장교 식당과 사병 식당

제가 카투사로 미군들과 근무했을 때, 미군애들의 재미있는 습관이나 행동거지들 몇가지를 보았습니다. 그 중 하나가, 인종간의 갈등에 대한 것이었습니다. 우리 부대는 Finance 부대였습니다. 한마디로, 행정병들로 구성된 부대였지요. 또, 부대의 1/3 정도가 흑인, 1/3은 멕시칸, 나머지 1/3이 백인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. 다른 부대보다 소위 '유색인종'의 비율이 높은 편이었는데, 고참 말에 따르면 특히 흑인들은 '사무실 근무'를 선호한다고 하더군요. 원래 흑인들은 육체 노동을 싫어하고, 사무실에서 펜대 굴리는 직업을 꼭 얻고 싶어한다고요. 저도 그랬지만 제 고참도 당시 인종적인 편견에 사로잡혀 있던 때이므로 뭐 그 이야기는 꼭 믿을 만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. 의외로, 어쩌면 당연히, 미군들 사이에 인종간 갈등은 없었습니다. 적어도 제 눈에는 안 띄였습니다. 다만, 인종간의 벽을 느낄 수 있었던 경우가, 바로 식사 시간이었습니다. 마치 무슨 규칙이라도 되는 것처럼, 서로 같은 부서에서 사이좋게 일하다가도, 점심 시간만 되면 같은 색깔끼리 모이더군요. 물론 전혀 예외가 없지는 않았지만, 이 규칙은 거의 잘 지켜지는 것 같았습니다. 밥먹는 것이 뭔가 좀 신성한 의식이라도 되는 것 같지요 ? 생각해보면 제가 제일 좋아했던 한국 영화인, 한석규 주연의 '넘버 쓰리'에서도 연관된 장면이 나옵니다. 막가파 두목인 송강호가, 어떤 폭력 의뢰인과 일식집 방에서 식사를 하는 장면이 있지요., 그 의뢰인이 한쪽 구석에서 기다리고 있던 송강호의 졸개들을 보고, '자네들도 좀 들지 그러나' 했더니, 송강호가 했던 대사 기억나십니까 ? "전 밑에 있는 애들하고 겸상 안받습니다." 즉, 일은 같이 하고, 옷도 비슷한 걸 입고, 같이 고생을 하더라도, 신분이 다른 사람들은 밥먹을 때 따로 먹는 것이 사회의 깰 수 없는 규칙이다 라는 것이...